클레어 포이란 여배우의 ‘발견’이다. 원톱 출연은 이번이 처음인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포이는 스크린을 씹어 먹을 듯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스웨덴 베스트셀러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집필한 책 ‘밀레니엄’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앞서 2009년 스웨덴, 덴마크가 제작한 영화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밀레니엄: 제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2012년 한국에서 연이어 개봉됐다.
이번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할리우드가 제작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감독 데이빗 핀처)을 잇는 ‘밀레니엄’ 시리즈의 리부트다. 전작을 연출한 데이빗 핀처가 제작을 맡았다.
리스베트 역을 연기한 클레어 포이의 바이크 액션부터 카체이싱, 격투신 등 폭발적인 액션신이 시선을 강탈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연기 변신이다. 할리우드 멜로영화 ‘달링’(지난 4월 12일 개봉)에서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와 절절한 멜로 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10월 개봉작 ‘퍼스트맨’에선 닐 암스트롱 부인 자넷 암스트롱을 맡아 이지적 이미지로 내면 연기를 펼쳐 보인 포이가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는 피어싱과 문신을 잔뜩 한 리스베트로 분해 걸크러시 면모를 물씬 풍긴다. 리스베트 역 클레어 포이가 전작들 속 포이와 동일한 배우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완벽한 파격 변신이다.
1984년생 영국배우 클레어 포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의 젊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할로 제74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제70회 에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62cm의 비교적 아담한 체구에도 그는 천재적 해킹 실력에 민첩한 운동신경까지 갖춘 리스베트에 도전했다.
천재 해커 리스베트는 전 세계 정부 산하 기관들의 보안망을 뚫는 전설의 해킹 능력부터 탁월한 운동감각으로 남성들도 제압한다. 복싱과 격투기 실력, 바이크 실력을 겸비한 캐릭터. 여자와 약자를 괴롭히는 남자들을 자신만의 규칙으로 직접 처단하면서도 세상과는 벽을 쌓고 지내는 인물로 ‘악의 심판자’라 불린다.
어느 날 한 의뢰인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정체불명의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고 의뢰인마저 살해당한다. 자신의 목숨은 물론 전 세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면서 반격을 준비한다. 그러면서 리스베트는 국제 해커 범죄 조직과 디지털 전쟁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포이는 액션과 감정 연기를 동시에 넘나든다. 포이는 자신을 계속 취재하며 기사 쓰는 기자 미카엘(스베리르 구드나손)이 가족사까지 파헤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지켜주려 애쓰며 흠모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전작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리스베트(루니 마라)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공식적으로는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이 주인공이다. 그에 반해 이번 리부트에서는 리스베트가 시종일관 극을 이끌어간다.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액션 장면도 수두룩하다. 액션신 촬영 시 거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클레어 포이가 직접 소화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액션신은 시원시원하고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동안 제작된 ‘밀레미엄’ 시리즈들과 달리, 포이가 리스베트를 지나치게 어두운 캐릭터로 만들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다.
덧붙여 원작 책이나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제목이나 예고편 등을 접한다면 어두운 톤 때문에 스릴러 장르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엄연히 오락성 짙은 ‘팝콘 액션무비’다. 러닝타임 117분. 15세 관람가.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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